구태 벗지 못하는 인사혁신

조선대 공대 메카트로닉스공학과 유영태 교수

조선대 공대 메카트로닉스공학과유영태 교수
조선대 공대 메카트로닉스공학과유영태 교수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단어가 ‘혁신’이다. 어느 분야에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혁신’ 없이는 지속가능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솔개에 얽힌 우화는 혁신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지난한 것인지 새삼 일깨워준다. 솔개는 최고 70세까지 수명을 누리는 장수 맹금류다. 솔개가 이렇게 장수하려면 40세쯤이 됐을 때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 나이가 되면 부리와 발톱이 노화해 효율적으로 사냥을 하지 못한다. 날개 또한 무거워져 하늘 높이 날아오를 수도 없다.

솔개는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그대로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것과 새로 태어나는 혹독한 과정을 수행하는 것. 연명을 선택한 솔개는 먼저 산 정상에 날아올라 그곳에 둥지를 짓고 고통스런 수행에 들어간다. 먼저 부리로 바위를 쪼아 부리가 깨지고 빠지게 만든다. 이후 서서히 새롭게 돋아난 부리로 발톱과 깃털을 하나씩 뽑아낸다. 약 반년이 지나 새 깃털이 돋아난 솔개는 완전히 새롭게 변신한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고 시민들은 기대감으로 환호했다. 이 시장은 <대한민국 희망 에너지 혁신>이라는 에세이를 출간했고 청와대 혁신관리수석을 역임할 정도로 ‘혁신’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민선 7기 광주시장 취임 후에는 ‘광주혁신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혁신을 강조해왔다. 광주혁신추진위 출범 1주년 기념 시민토론회에서는 “훗날 혁신시장으로 평가받겠다”며 시정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어느 훗날 적절한 평가가 이뤄지겠지만 이 시장이 주도한 광주시의 혁신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을까? 대형 프로젝트의 발굴과 성사, 고질화된 문제 해결 등은 어느 정도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겠으나 이 시장이 단행한 인사에 관련된 혁신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울 것같다. 이 시장이 취임후 내건 인사원칙이 혁신성과 전문성이지만 정작 시청 핵심 요직은 선거캠프 출신들이 꿰찼고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에서는 ‘보은인사·정실인사’ 논란을 키워왔다.

광주도시공사 사장, 환경공단 이사장, 광주복지재단 대표이사, 광주글로벌모터스 사장 자리에 ‘측근’을 앉혔다는 시민의 비난에는 설명도 해명도 없다. 관광재단 대표이사 공모 때는 “(광주에선)지역 사람을 발탁하면 시끄럽고 뒷말이 많은데 그보다 훨씬 능력이 떨어지는 외지인을 영입하면 오히려 조용하다. 지역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 때마다 전문성을 강조하더니 이번엔 언론인 출신 인물의 사전 내정설을 의식한 듯 “민선 7기와 방향성이 맞아야 하고 혁신성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성은 없어도 혁신성을 갖췄다면 된다는 얘기다. 어쩔땐 전문성을 얘기하다가 또 상황이 바뀌면 혁신을 말한다. 그렇다고 이 인물이 딱히 혁신과 어울린다고 할 수 없다. 언론인 시절 자신의 저서 강매 의혹을 받은 인물을 어떻게 ‘혁신성’과 결부시킬 수 있겠는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와중에 확진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공문을 유출한 사람이 이 시장 비서관으로 밝혀지면서 한 차례 구설에 올랐다. 별개로 수행비서와 운전기사가 광주세계김치축제 때 업자에게 금품을 제공받은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단체장과 시정 운영 가치와 방향성이 일치한 인사를 발탁하는 것은 시민 행복을 위한 성과 달성 취지에 당연하다. 설령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시스템적으로 이를 능력과 실력으로 보완한다면 탓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인사원칙이 흐트러지고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기용한다면 이는 혁신이 아니라 구태 답습에 다름 아니다.

인사에도 청렴한 혁신시스템을 도입하겠다더니 비서실과 공공기관장 전반에 걸쳐 인사 난맥상만 드러내면서 시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어떤 고통이 따르더라도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구태를 타파하고 새롭게 거듭나겠다는 결기는 보이지 않는다. 혁신을 말하지만 가끔 터져나오는 인사 문제는 그동안의 혁신이 구호에 그치지 않았는지 의심스럽다. 이 시장이 공무원 생활 내내 혁신을 강조한 나머지 주변관리가 소홀해지고 공정은 관심에서 멀어진 듯하다. 시민은 점잖은 이미지의 시장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일 잘하는 시장의 이미지를 바란다. 혁신의 고통 없이는 성장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광주는 여전히 혁신에 목말라한다. 여러 분야에서 관행을 탈피하고 변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사회 전반에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이 시장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 혁신은 그 성과 달성이 요원할 만큼 미덥지 못하다. 민선 6기 당시 혹평을 받았던 불합리한 행정 행태를 민선 7기에도 극복하지 못한 채 답습하고 있는 것같아 안타깝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정책만으로 성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행동이 좋은 결과를 만든다는 평범한 사실을 인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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