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 쓴소리위원회’ 무슨 일 하는지…

명노민 소통과교류 상임부회장

명노민 소통과교류 상임부회장
명노민 소통과교류 상임부회장

일의 시작에는 대체적으로 ‘의욕’이라는 심리적 작위(作爲)가 선행된다고 할 수 있다. ‘의욕’은 ‘무엇을 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마음이나 욕망’을 말한다.

광주시가 민선 7기 절반쯤을 지난 2020년 7월 20일 이른바 ‘쓴소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용섭 광주시장 예비 후보가 민선 7기 시정 전반에 대한 시민의 평가를 가감 없이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도에서였을 것이다.

시정(市政) 업무를 추진하는데 시민의 평가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시민들이 원하는 바와 이를 시정에 반영해 현실화하고 평가받는 일은 지방자치 제도의 골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시민의 뜻에 어긋나거나 시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데 동 떨어진다면 괴리감은 불가피하다.

광주시 쓴소리위원회 위원들은 공모를 통해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출범 이후 한동안은 시정에 대한 다양한 비판과 주문을 냈다고 한다. 환경교통, 도시건설, 노동일자리 등의 분야였다. 위원회에서 제안된 사항들은 해당 실국 및 실과별로 분류해 검토 과정을 거쳐 시정과 정책에 적극 반영한다는 입장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후보는 쓴소리위원회 출범 당시 인사말에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쓴소리위원회를 통해 각계각층의 현장 목소리를 여과 없이 듣고 시정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쓴소리위원회 측에 “광주를 위해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쓴소리를 많이 해주기 바란다”는 주문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쓴소리위원회가 이후 몇 차례의 회의를 가졌으며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필자가 과문하거나 시정에 대해 관심을 갖고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서 분석해볼 기회가 없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광주시가, 이 후보가 직접 나서서 쓴소리위원회의 출범을 알리고 활동 방향을 표명했다면 지속적인 활동상과 그에 따른 시정 반영 및 성과 또한 시민들에게 자세하게 알려주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일부 매체 등에 보도된 쓴소리위원회 활동과 관련한 내용들을 보면 상투적이고 단편적이다. 몇몇 위원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위원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달에 1~2번씩 위원회를 열어 쓴소리를 듣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점을 떠 올리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방역상황과 맞물려서인 듯하지만 혹 다른 이유에서 의욕적으로 띄운 쓴소리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민들의 입장이라면 쓴소리위원회가 무슨 일을 하고 시정에 어떤 반향을 일으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을 거다. 어떤 이들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지도 마찬가지다. 쓴소리위원회는 출범 당시 세대·성·계층별로 각계각층의 시민(30명 안팎)들로 구성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후보와 광주시에 우호적인 인사들로만 선별 모집됐다면 제대로 된 쓴소리가 나오겠느냐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

이 후보가 “더 나은 시정을 위해 달콤하고 입에 발린 말 보다 거슬리는 쓴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고 언급했었다는 점을 떠 올리면 더욱 그렇다. 사람이 거울을 마주하는 것은 자신을 돌아본다는 의미다. 자신을 돌아본다 함은 얼굴을 매만지고 옷매무새를 다듬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마음가짐을 올곧게 세우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한 조직의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현명한 조언, 간언(諫言-옳지 못하거나 잘못된 일을 고치도록 하는 말)을 이어간다면 그 조직과 조직이 꾸려가는 일에 내실을 기할 수 있다. 반면 입에 발린 말이나 듣기 좋은 소리만 골라하는 이들이 많으면 그 조직의 나아갈 바는 뻔하다.

사람의 마음가짐이 이러할진대 나라를 경영하고 한 고을의 살림을 꾸려가는 일은 쓴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마땅하다. 광주시가 쓴소리위원회를 구성해 가동하는 것은 시정(市政)을 비판하고 감시·견제하는 쓴소리를 가감 없이 듣고 반영하겠다는 속내였을 거라고 본다. 그래서 쓴소리위원회의 활동이 더 활발해져야 하고 그 내용도 투명해져야 한다. 광주시 쓴소리위원회가 보여주기나 생색내기 식 조직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오히려 부정의 효과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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